이달의 공연

서울엔 세시봉 광주엔 사직골 광주 포크음악 역사를 만난다

“산도 한 30년쯤 바라보아야 산이다

물도 한 30년쯤 바라보아야 물이다

내가 누우면 산도 따라 나처럼 눕고

내가 걸어가면 물도 나처럼 흐른다

내가 잠이 들면 산도 자고

내가 깨어나면 물도 깨어난다“

(김용택 시인의 ‘저 산 저 물’ 중에서)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조영남 등 ‘세시봉 친구들’이 이른바 세시봉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970년대 서울에 음악다방 세시봉이 있었다면, 광주에는 여전히 포크 뮤지션들과 팬들이 어우러지는 ‘사직골’이 살아 있다. 광주에도 1970년대부터 세시봉 친구들 버금가는 포크 뮤지션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다섯 명의 노래쟁이들이 모였다. 이장순, 박문옥, 정용주, 한보리, 김원중이 그들이다.

광주문화재단(대표이사 노성대)은 오는 9일 오후 4시, 7시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이들과 함께 하는 기획공연 ‘산도 30년쯤 바라봐야 산이다’를 개최한다.

김용택 시인의 시 ‘저 산 저 물’에서 이름을 따온 이번 콘서트 출연진은 30년 이상 광주에서 통기타 음악활동을 펼쳐온 인물들이다. 이번 공연은 빛고을 통기타 음악의 큰 산이 되어 맥을 이어온 인물들이 모여 광주가 가진 예술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광주 포크 음악사 콘서트이다.

통기타로 통하는 포크음악은 광주 근·현대 대중가요의 변천과 함께 시대상을 반영해 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광주의 독특하고 풍성한 음악적 자양분과 폭넓은 마니아층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광주만의 문화와 ‘사직골 통기타 거리’라는 명소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30여 년을 이어온 광주 포크 음악의 산 역사이며 광주를 대표하는 포크 뮤지션들이 뭉친 것도 그들의 철학과 음악세계를 담아내는 기획공연으로 문화광주의 출발에 원동력이 되기 위해서다.

이장순

이장순은 1970년대 초반 광주 충장로 한 다방에서 혼자서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광주에 포크음악을 알렸고, 20년 가까이 서울에서 가수로, 방송인으로 활동하다 10년 전 쯤 기타를 매고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가수로 살고 있다. 1984년 첫 앨범 ‘서초동 밤거리’, 2001년 두 번째 앨범 ‘통기타는 살아있다’를 냈다. 자작곡 ‘충장로 블루스’는 그가 얼마나 광주를 사랑하는지를 보여준 노래다.

박문옥

박문옥은 1977년 제1회 MBC 대학가요제에 트리오로 출전, ‘저녁 무렵’으로 동상을 수상한 이래 90년대 초반까지 음악을 만들어 광주전남은 물론 전국에서 가수로서의 명성을 쌓아왔다. ‘직녀에게’ ‘누가 저 거미줄에 걸린 나비를 구할 것인가’ 등을 만들고 불렀다.

한보리

한보리는 시인이자 작곡가이며 가수다. 광주의 대표적인 포크음악 단체 ‘꼬두메’를 창단한 주역이다. ‘내 아내는 우동을 좋아해’ ‘소를 찾아서’ ‘한보리의 헐렁한 포엠송’ 등의 음반을 발표했다. ‘시를 노래하는 달팽이들의 포엠콘서트’ ‘시 하나 노래 하나’ 등 시인들과 함께 시를 노래로 만드는 일을 오랫동안 펼쳐왔다.

정용주

정용주는 자칭 타칭 ‘가객’이다. 1978년 광주MBC ‘별이 빛나는 밤에’로 방송에 데뷔했으며 2002년 첫 음반 ‘좁은 길 그 위에서’를 냈다. 2005년 두 번째 독집음반 ‘산울림’을 통해 ‘지리산 가객’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광주의 가객’이란 별호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그는 광주에서 열리는 웬만한 문화행사마다 나타나 노래를 선물한다.

김원중

김원중은 1984년 지역 포크뮤지션들이 함께 만든 옴니버스음반 ‘예향의 젊은 선율’에 ‘바위섬’으로 데뷔했다. 바위섬은 광주전남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크게 히트하며 김원중을 스타로 만들었다. 바위섬에 이어 통일의 꿈을 담은 ‘직녀에게’(박문옥 작곡)까지 잇따라 히트했다. 바위섬을 발표한지 27년째, 김원중은 여전히 광주에서 활동하는 광주의 가수다. 엄혹했던 군사정부 시절부터 그는 ‘5월’이 오면 금남로에 통기타 하나 들고 나가 민중가요를 불렀다. 2003년부터 거의 매년 ‘달거리’란 이름으로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콘서트를 진행해왔고, 올해도 그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산도 30년쯤…’ 공연에서는 이장순이 자작곡인 ‘충장로 블루스’와 팝송 명곡 ‘마이 웨이’를, 정용주가 대표곡인 ‘세월이 갈수록’과 ‘지리산’을 들려준다. 박문옥은 ‘꽆잎 인연’ ‘강물아’를, 한보리가 ‘붉고 푸른 못’ ‘저녁 무렵’을 부른다. 김원중은 ‘직녀에게’와 자작곡 ‘춤춘다’를 선사할 예정이다.
2부는 듀엣 타임. 박문옥&김원중이 ‘바위섬’을, 바위섬 작곡가 배창희가 만든 ‘저들에 저 들국’은 정용주&박문옥이 함께 들려준다. 한보리가 작곡한 ‘시계’를 한보리&김원중이 함께 부르면서 20세기 말~21세기 빛고을 포크 뮤직의 멋과 흥을 선물한다.

이번 공연은 지난 1월 13일 광주문화재단 창립기념 아카이브전 ‘광주의 소리’ 주인공들을 무대에 초청한 기획 공연이다. 광주문화재단은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광주의 명소가 된 사직골 통기타 거리를 포크음악의 메카로 브랜드화하고 문화관광 명소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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